
요즘 Tech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들은 어디일까요?
미국에선 흔히 FAANG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그리고 Google의 맨 앞 글자만 따서 이렇게 부르죠.
이들 중에 제가 제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Netflix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Netflix의 첫 시작은 온라인 DVD 대여 사업이었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이미 Blockbuster라는 기업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체 국민의 70%는 Blockbuster 매장에서 차로 10분 이내에 산다고 할 정도로 이미 산업의 압도적인 최강자였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차로 10분이나 가서 영화 골라야 해..? 이겠지만 미국은 땅덩어리가 무지 넓은 나라죠. 거의 맥도날드 만큼이나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 체질적인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Blockbuster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때까지의 신규 진입자들은 몇 년 안에 광탈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인터넷붐이 일어나죠. 이때 우리가 잘 아는, 지금 IT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이 탄생합니다. Google, Yahoo, Amazon, Ebay, Alibaba 등 1990년 대 중후반에 탄생합니다.
Netflix도 그중 하나로 기존의 오프라인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시도를 하죠.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Netflix는 산업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고 업계 최고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그렇다면 Netflix 이전의 산업구조는 어땠을까요? Netflix는 어떤 기회를 보고 거대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했을까요?
우선 5 Forces 프레임워크로 산업 내 플레이어들 간의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i) 기존 경쟁자의 위협 (강)
-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Blockbuster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기업이 많지 않음에도 경쟁의 강도는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ii) 신규 진입자의 위협 (약)
-
비슷한 맥락에서 신규 진입자들에게 이미 불리한 조건의 산업이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에 대한 걱정은 많지 않았습니다.
iii) 구매자의 협상력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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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buster만큼 접근성이 좋은 비디오 가게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Blockbuster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iv) 공급자의 협상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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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기업이 여럿 존재했다면 오히려 영화 배급사의 영향력이 훨씬 컸겠지만 Blockbuster만큼 다량의 비디오를 일괄 구매해버리는 기업은 또 없었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적인 측면에서
v) 대체재의 위협 (약)
-
그 당시에는 대체재라고는 영화관뿐이었으니 조금 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Blockbuster의 독점 시장인만큼 기존의 5 Forces 프레임워크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공통되게 등장하는 독점기업의 장악력… 하지만 Blockbuster는 큰 기업이고 오랜 독점으로 나태해진 상태였습니다. Netflix의 등장에도 Blockbuster는 코웃음 치며 'Netflix가 먹을 수 있는 건 산업의 아주 작은 niche 한 부분'이라며 무시했다죠.
하지만 Netflix는 보란 듯이 홈 비디오 산업 자체를 상징하는 Blockbuster의 약점, 운영상의 비효율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크게 다섯 가지 마이크로한 전략을 실행하는데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DVD의 도입
Netflix는 일단 굉장히 Niche한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당시 DVD는 신기술이었죠. DVD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가구 역시 적었습니다. 하지만 DVD가 가지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죠.
Netflix는 온라인 매장이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우편으로 배송을 해줘야 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는 비교적 부피가 크고 무거웠습니다. 배송과정에서 망가질 우려도 있었고 또 돌아온 비디오를 처음으로 돌려놔야 하는 수고도 있었죠.

반면에 DVD는 얇고 가벼워 더 낮은 가격에 배송이 가능했고 CD형태로 케이스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망가지는 일도 없고 리와인드할 일도 없었죠.

거의 모든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었고 온라인 사업에 더 적합했습니다. 다만 시장이 작았고 DVD를 생산하는 영화 공급자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Netflix는 DVD가 머지않은 미래에 카세트테이프를 대체할 거라 믿었고 계속 밀고 나갑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비디오카세트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DVD가 대신했죠.
2. 가격 책정 시스템 (Pricing System)
초기 Netflix는 Blockbuster와 같은 방식으로 가격 책정을 합니다. 거기에 배송비용이 더해졌죠.
비디오 한 개당 $4, 배송비용 $2.99, 그리고 연체료…
우리도 비디오 빌려봐서 알겠지만 동네 비디오 가게도 연체료로 먹고살았죠. 2000년대 초 당시 연체료는 Blockbuster의 연매출의 10%까지 차지했었다고 합니다.
Netflix는 이 점을 마음에 안 들어했습니다. 제때 반납되지 않는 DVD 덕분에 돈은 조금 더 벌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i) DVD availability가 낮아지면서 ii) 고객만족도가 낮아지고 iii) 운영적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이때 연체료를 없애고 회원제를 도입합니다. 한 달에 만원 정도 내면 영화 4편을 빌려볼 수 있었죠. 곧 또 나아가 ‘무제한’ 요즘제를 도입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죠. 소지할 수 있는 영화의 개수가 4개였습니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으면 다 본거 반납하라 이거죠.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DVD는 더 빠르게 순환했고, 기존 pricing 방법에 불만을 가졌던 고객들 역시 많이 유입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3. 추천 시스템 (Recommendation System)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더 많은 DVD가 필요해졌습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대여는 최신 영화들에 집중되어 있었고 최신작이 전부 이미 대여 중일 때 고객들은 다른 영화를 딱히 찾아서 보지 않는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취향에 따라 크게 다르고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정교한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탑 엔지니어들을 고용해 사내에서 개발을 진행했고 매년 1억 원 상당의 상금을 걸고 경진대회를 열어가며 계속해서 더 정교한 추천 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썼죠.
고객의 대여 기록, 검색기록, 평점 등을 취합해서 취향을 예측하고 최신작 재고가 없을 경우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다른 옵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골고루 다양한 영화를 대여하며 유명하지 않아서 먼지만 쌓여가던 저예산 영화들이나 영화제 출품작품들 역시 재조명되는 등 영화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줬습니다.
4. 영화 배급사와의 계약조건 개선
빠른 성장에 또 다른 단점이 최신작의 재고가 항상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최신작의 폭발적인 수요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DVD를 구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됩니다. DVD 한 장에 $20을 지불하던 기존의 계약에서 대여당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조건을 바꿉니다.
결과적으로 Win-Win 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영화 공급사는 20%의 추가 이윤을 만들 수 있었고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Netflix 역시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대신 전체 DVD 순환 효율이 늘어나며 전체 대여량이 2배가 증가합니다.
5. 공급망 확대/개선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 영화를 빌려보는 게 더 나은 점이 한 가지 남았죠?
재고만 있다면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 또한 극복하기 위해 Netflix는 몇 가지 노력을 합니다.
일단 물류창고를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전역의 주요 주들로 확대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우체국인 USPS와 명일 배송을 약속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습니다. 우리나라였으면 당일 배송까지 가능했겠지만 미국은 뭐하나 주문하면 일주일씩 걸리던 시절에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던 것 자체가 거의 차원이 다른 서비스였습니다.
이로써 기존의 오프라인 영화 대여 사업이 갖는 단점들을 극복하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Netflix는 편리함, 다양한 선택지,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홈 비디오 산업의 새로운 강자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아는 Netflix는 여기가 끝이 아니죠?
Netflix의 목표는 인터넷으로 DVD 대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최고의 홈 비디오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컴퓨터가 성능이 좋아지면서 Netflix는 또 한 번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Netflix의 기술력은 아주 명성이 자자합니다. 아마 느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Netflix만큼 고화질의 동영상을 유저 트래픽에 관계없이 끊기지 않고 몇 시간이고 내보낼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습니다.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으며 대우 역시 업계 최고입니다. 그 대우에 걸맞게 성과 역시 철저하게 관리하여 도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Netflix는 온라인 비디오 산업의 수준을 몇 단계 올려버리면서 비전만 있고 기술력은 없는 실리콘 벨리에 애매한 회사들을 다 망하게 만들었죠...
이제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합니다. 전 세계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아주 급속도로 성장 중에 있죠.
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에 투자하면서 현지화 전략에도 힘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존에 영화 배급사들과의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콘텐츠를 들여오던 방식에서 나아가 직접 제작에도 투자 및 관여하며 Netflix Original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콘텐츠의 다양성과 작품성을 추구하며 전체적인 콘텐츠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을 부숴버린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회사인데요.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떻게 또 변할지 Netflix는 어떻게 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지 기대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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