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략, 마케팅 전략, 재무 전략, 유통전략, 기술 전략, 데이터 전략, 모바일 전략 …
우리는 이 ‘전략’이란 말을 흔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전략(戰略) - 사전적 의미로는 전쟁을 이끌어 가는 온갖 수단이나 방법.
어느 회사든 자기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회사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지는 못하지요.
그렇다면 살아남은 회사들과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경영학적 시점으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어원부터 살펴보시죠.
‘전략’은 영어로 Strategy, 고대 그리스어 ‘Strategos’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요.
뜻은 한자어와 비슷합니다. 자원을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이용하는 영리한 군사.
서양에서도 전략은 철저하게 군사용어로 사용되어 왔나봅니다.
그렇게 쭉~ 군사학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연구되어 왔던 ‘전략’이 19세기 중후반부터는 사업하는 데에 아주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사실 그전부터 알게 모르게 장사를 하다 보면 분명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무수히 많은 고민들을 했겠죠.
그런데 19세기 중후반이 지금과 다른 점은 이렇습니다.
그때는 회사들은 규모가 작았고, 자본이 부족했으며, 한정된 지역 내에서 사업을 꾸려 나가기 때문에 한 회사가 시장에 영향을 주기가 참으로 힘들었죠.
이때 두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i) 철도가 개발되고 ii)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타 지역 시장에 대한 접근성, 자본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게 됩니다.
그러니 동네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이제는 생각이 많이 집니다.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라는 고민도 해야 하니 머리가 복잡해지죠.
그 와중에 트렌디한 상인들은 이것들을 이용해 점차 자기의 역영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지니 이제는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철도를 이용해서 전국 어디든 전달이 가능해져서 더 큰 규모의 기업들이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동네에서 경쟁하던 상인들이 이제는 전국을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하니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전략이 경영학에 접목되었고 학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을 분석해가며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지금의 경영전략 개념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경영학에서 ‘전략’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어떻게 하면 경쟁자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가져가며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입니다.
사실 경영 전략은 경영학 내에서도 연구된 지 얼마 안 된 학문이기도 한 만큼 시대에 맞게 여러 다른 접근방식도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시기별 패러다임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1970년대인 '성장기'부터 알아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나아가 어떤 전략이 좋은 전략일까요?
기본적으로 전략은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한 회사의 결정입니다.
어디서 경쟁할 것인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따라서 성공적인 전략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킵니다.
i) 시장/산업에 대한 이해도 : 경쟁 체계, 산업을 구성하는 조직들의 상호작용, 그리고 시장/산업의 성장 요소
ii) 시장/산업 안에서의 포지셔닝 : 비즈니스 모델과 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사내 각 부서들의 활동
간단히 말해서, 산업분석, 현명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각 부서들의 지원사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봐가며 발을 뻗어라’라는 말이 있죠?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이 차트를 보면 미국 산업별 평균 연간 자기 자본 이익률 (ROE)을 보여주는데 산업별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0년 제약산업은 평균적으로 연간 20%의 ROE를 보이는 반면 항공산업은 -30%...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약회사들이 엄청난 흑자를 내고 항공회사들은 적자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산업이든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죠. 이 둘을 가르는 첫 기준은 산업 분석에 있습니다.
경영자는 기업이 어떤 환경에서 경쟁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때로는 산업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겠죠.
1970년대에 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포터는 ‘Five Forces’ 또는 5가지 경쟁요인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마이클 포터는 산업을 구성하는 플레이어들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산업구조를 이해하고 기업이 어디서 경쟁할지에 대하여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사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기업이 놓인 환경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겠죠?
지금까지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업이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결정됩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운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보면 어떻게 제품/서비스를 만들 것이며 판매/관리할지에 대한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겠죠.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 구성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Value Proposition (가치 제안), 그리고 둘째는 Target Market (표적 시장)입니다. 이 것들은 운영적 측면에서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적 결정입니다.
Value Proposition (가치 제안)는 문자 그대로 고객에게 어떤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입니다.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죠.
i)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또는 ii) 가격경쟁력
Target Market (표적 시장)은 제품/서비스가 노리는 고객의 범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제품/서비스를 다양한 segment에게 팔 것인가(mass) 아니면 아주 특정한 segment에게 팔 것인가 (niche/focused)에 대한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의 Value Proposition (가치 제안)과 Target Market (표적 시장)이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BMW는 고급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가격 프리미엄을 납득시키기 위한 수준 높은 공정기술과 고급 재료를 필요로 합니다. 쌍용보다 수천만 원 비싸지만 질적인 측면이 그리 차이가 안 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하길 원하는 거만큼 엉뚱한 바람도 없겠죠?
둘째로는 위 결정들이 상호 보완적이며 상호 보강적이 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Neutrogena는 럭셔리 호텔에 ‘피부과 의사들이 추천’하는 비누를 납품하기 시작합니다. 투숙객들이 이 비누를 사용하고 나면 추후에 구매로 이어지거나 직접 피부과 의사에게 문의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Neutrogena는 호텔에서 비누를 납품하면서 얻는 수익이 생겼고 또한 납품하는 그 자체로 마케팅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었죠.
셋째로는 위 노력들의 최적화(Optimization of Effort)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위 결정들을 실행시키는 활동들의 최적화, 정보의 공유 또는 각 부서들의 조율로 낭비되는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 요소들이 각각 제대로 실행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되죠. 사실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는 건 이것들의 전체적인 조화입니다.
경쟁사가 특정 기업의 제품, 기술을 모방하는 일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한 기업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문화를 따라 하기란 쉽지 않죠.
다시 정리하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일관성 있고 최적화된 기업 내부의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무엇이 좋은 전략을 만들까요?

이에 대한 답으로 좋은 예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Southwest 항공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2010년 미국의 항공산업의 연평균 ROE는 -30%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전혀 매력적인 산업이 아니죠.
마이클 포더의 Five Force 프레임워크로 항공산업을 분석해봐도 그렇습니다.
일단 비행기와 엔진 대여/구매 과정에서 큰 고정비용이 발생합니다. 세계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기업이 몇 개나 있을까요? 전 세계 시장의 70%는 Boeing사랑 Airbus사가 먹고 있죠. 얘네는 자기네들만 만드는 제품, 비행기를 절대 싼값에 팔거나 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얘네가 비싸게 판다고 해서 항공회사들이 다른 데 가서 비행기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항공사는 비행기를 구매하는 입장이면서도 슬프게도 을의 대우를 받죠.
또한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만 해도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10개가 넘습니다. 근데 국제선으로는 유럽 비행기, 아시아 비행기까지 돌아다니고 큰 틀에서 본다면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살아남기가 무척이나 힘든 산업이지요.
여러 항공사에서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은 가격에 민감했고 버스나 기차 등 대체제 또한 다양합니다.
이때문에 항공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돈벌기 힘든 산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Southwest항공은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산업구조는 어떻게 돼있지?, 경쟁사들은 뭘 하고 있지? 소비자가 원하는 건 뭐지?
일단 그때까지 거의 모든 항공사들은 매 항공편마다 풀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물도 주고, 커피도 주고, 술도 주고, 밥도 주고, 짐도 실어주고… 그냥 다 해줬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많은 주요 도시에 주로 포진해 있었죠.
또한 운행하는 비행기의 종류 또한 다양했습니다. 50명 태우는 소형기부터 300 명태 우는 대형기까지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Southwest 항공은 무엇을 다르게 했을지 감이 오시나요?
일단 외부적으로는 주요 도시의 제일 큰 공항을 노리기보다 경쟁이 그나마 덜한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공항 또는 조금 작은 도시의 공항을 주요 활동 영역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단일 기종으로 승부합니다. Boeing 737 기종만 운행하면서 운행 전후의 관리를 단순화시킵니다.
내부적으로는 어땠을까요?
지정석 개념을 없애버립니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고객들이 늦지 않게 오도록 유도했고 보다 빠르게 탑 승하시키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원래 해주던 서비스를 부가 서비스로 바꿔버립니다. 아주 기본적인 물이나 음료 서비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돈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럼 비행간 구비해야 할 것들이 줄어드니 보다 효율적으로 다음 비행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Southwest는 경쟁이 덜 심한 공항들을 주요 영역으로 삼으며 Boeing 737 기종만을 운행하고 비행서비스 자체에 집중하면서 관리 측면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내부적으로는 그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고객들의 행동까지 유도하며 전략을 완성시킵니다.
Southwest 항공 또한 항공산업 자체 구조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이러한 결정들이 일관성 있게 어우러지고 경쟁사에 비해 두드러지는 재무적 성과를 보여줍니다.
과거 Southwest는 그냥 별거 아닌 항공사였습니다. 이미 한국으로 치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할 수 있는 American 항공, Delta 항공이 국내선이고 국제선이고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어떨까요? 국내선 기준 시장 점유율 1위. 지난 1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전략은 기업의 내부적으로 또한 외부적/환경적 구조 속에서 결정들의 일관성을 가집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 우위를 만들어주며 지속적인 재무적 성과를 가져다줍니다.
이번에는 전략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훑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각각의 요소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다루기 위해 공부 중이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경영 노트 (Business Note) >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 Case Study: Netflix (넷플릭스) 이야기 (0) | 2019.07.06 |
|---|---|
| [경영전략 시리즈] 2.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프레임워크 (0) | 2019.06.16 |
댓글